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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맛있다

 전국 일제 개화를 선언했는지 꽃들이 폭발하듯 한꺼번에 피었다. 개나리부터 시작해서 피는 순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완전 순서 실종이다.  꽃들의 아우성 같은 개화 속에서도 한 달 전에 가 본 통영의 기억은 선명하다. 그 곳은 지금 어떤 풍경의 봄일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3월 3, 4, 5일에 경남 통영을 다녀왔다.  알고보니 통영은 무엇 하나 빠질 곳이 없는 곳이었다. 풍경, 음식, 문화 이 삼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 그렇기에 내가 노년을 보내고 싶은 곳으로 등극(?)한 곳이기도 하다. 이 책도 언니에게 부탁해서 당장 빌려 읽었다. 저자인 강제윤 정도의 미각과 감성과 인문학적인 소양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여행기 쓸 자격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읽으면서 들었다. <통영은 맛있다>라는 책 제목처럼 다섯개 챕터 가운데 두 장이 먹는 애기이다.  나로선 봐도 모르고, 줘도 모를 도다리, 복, 물메기 등 해산물 애기가 많지만 읽으면서 침이 넘어갈 정도이고, 당장 가서 먹고 싶을 정도로 표현이 생생하다. 통영이 좋아 통영 동피랑에 3년째 눌러산다는 저자는  음식으로 통영을 온전히 맛보지 않았나 싶었다. 한 편 통영은 박경리, 윤이상, 유치환 등 헤아릴 수 없는 에술가들을 품은 땅이고 백석, 이중섭 등이 인연을 맺은 고장이다. 그 들이 통영에 남긴 소설, 시, 음악, 그림은 지금도 통영 곳곳에 기념관으로, 비석으로 심지어 버스 정거장 사진 모습으로 남아있다. 저자는 이들 에술가들이 통영에 남긴 흔적과 뒷얘기까지도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다. 내가 사는 곳 광명은 시인 기형도 말고는 이렇다할 에술가를 배출하지 못한 곳이다. 그나마 있던 기형도 생가도 2004년에 그만 헐리고 말았단다. 올 해 기형도 25주기 추모문학제가 성황리에 열렸고 기형도 문학관 건립 얘기가 나왔다.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생가를 헐고는 문학관을 짓는다, 용인에 있는 기형도 무덤을 옮겨오겠다니 우리 손으로 없애버린 귀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도 컸다. 통영도 아까운 근현대문화유산을 많이 없앴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도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광 속에 역사와 예술을 품었기에 자부심을 가질만한 통영이 아파트만 보이는 위성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참으로 부러웠다.  통영에 가면 뭘 먹어야할지 알고 싶은 사람, 통영의 문화와 예술이 궁금한 사람, 아니면 그저 막연히 땅끝의 파라다이스 통영의 소문에 홀린 사람 그리고 나처럼 통영을 추억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이 책을 집어들 일이다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다. 음식에 관한 한 경상도의 전주다!경상도 음식은 짜장면도 맛없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이 속설을 보기 좋게 깨주는 곳이 통영이다. 통영은 맛있다. 왜 유독 통영만 맛있을까.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영이라는 군사 도시가 생긴 1605년부터3백 년 동안 통영은 경상도가 아니라 전라, 충정, 경삼 삼도수군 통제영 소속이었다. 통영의 맛은 전라, 충청, 경상도의 맛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맛이었다. 그러니 행정구역이 경상도로 편입된 지금까지도 유독 통영의 음식이 맛있는 것이다. 통영은 맛있다 는 경상도지만 경상도가 아닌 통영의 특별한 맛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오디세이다. 저자는 통영이 맛에 관한 한 경상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나라 안에서 음식이 맛있기로 첫손 꼽히는 전주와 대등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해산물 음식에 관한 한 전주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통영 음식의 탐식기만은 아니다. 통영의 맛에서 비롯된 통영의 멋, 통영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해설서이기도 하다. 통영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으니 통영에 대한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통영으로 주소지까지 옮겨 통영 주민이 되었다. 3년여 동안이나 통영에 장기 체류하며 자료조사와 취재를 하고 직접 통영 사람들 속에 섞여 살면서 몸으로 썼다. 이 책이 여행기지만 단순한 여행안내서가 아닌 것은 그 때문이다.

1장 우리 안의 미래, 동피랑
할머니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벽화마을
차가운 철이 달군 철을 자른다
할아버지의 요술통
강구안에 용왕굿이 열리던 날 저녁
팔만대장경을 보호한 천년의 칠, 옻

2장 생의 허기를 달래주다
야생의 맛을 찾아주는 보물창고, 통영 오일장
생의 허기를 달래주는 새벽시장 시락국 한 그릇
충무김밥, 원조는 없다
꿀빵에는 꿀이 없다
해산물 요리의 알파와 오메가 통영 다찌

3장 정신줄을 놓게 하는 맛
도다리쑥국 향내에 짙어가는 통영의 봄
5월 멍게는 새 며느리한테도 안 준다!
천계의 옥찬, 마계의 기미 통영 복국
마시멜로처럼 꼬깃꼬깃한 맛, 연탄불 꼼장어구이
카사노바와 큰 스님도 즐기던 겨울의 맛, 굴
몸의 독기를 빼주는 대구
술병을 곧잘 고치는 통영 물메기국
정신줄을 놓게 하는 맛, 바람둥이 물고기 볼락

4장 통영, 사랑에 빠지다
1. 백석 시인과 통영, 그 죽일 놈의 사람
2. 이중섭, 통영에서 대표작 [소]를 그리다
3. 사랑했으므로 간디와 청마는 행복했을까?
4. 박경리와 통영, 그 애증의 세월
5. 상처 입은 용, 윤이상
6. 코발트블루. 다도해 물빛 화가 전혁림

5장 사람의 길이 사람을 만든다
1. 봄에 피면 춘백, 겨울에 피어야 동백이다
2. 통영의 서화담, 도사 백
3. 백성을 위한 죄로 파직된 통제를 추억함
4. 은하수 물을 끌어와 병장기를 씻다
5. 사람의 길이 사람을 만든다
6. ‘왜군의 혼을 떠받들기 위해 판’ 통영 해저터널